자작 시·수필

상사초

유정 김용호 2011. 11. 29. 22:41

 

 

                             상사초

 

눈덮힌 산야를 휘감아돌던

겨울바람도 그쳤고

봄비에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할 때부터

기다림은 시작되었노라 

 

봄꽃은 지고

태양이 이글거리던 여름날 오후

소나기 빗발치고 천둥번개가 울 때도

기다림은 한여름 낮잠처럼 깨어나질 못했었노라

 

무화과나무에 푸른열매 익고 사과향기에 가을이 익어가던 늦은 날

기다림에 농익어 새빨갛게 피어난 상사화 꽃대궁

낙엽을 바닥에 두르고 홀로 그리움을 피워올린다

 

다시 외로움에 꽃도 지고 낙엽마저 바람따라 사라진 가을 저문 때

상사초는 너무 푸르러서 외롭구나

내년 이맘때 또 한번 그리움을 피워낼 시간을 위하여

오늘도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푸른 눈물 홀로 짙어라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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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새벽 산행길에 상사초가 너무 외롭습니다.

꽃무릇(석산)이라고도 하고, 꽃은 잎새를, 잎새는 꽃을 서로 그리워 한다는 - "이룰 수 없는 사랑" 이 꽃말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