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김용호 2011. 12. 14. 15:02

 

비릿한 내음

멸치포를 뜯어

머리 떼내고 배를 갈라

굳어진 똥을 발라낸다

 

남녁바다

쪽빛 물결을 헤치고

거칠 것 없이 군무를 추면서

은빛 무지개를 뿌렸었지

 

바닷가 덕장

가을햇살보다 더 반짝이는

은비늘 배를 드러내며

바다속을 휘젓던 꿈을

늘어놓았었지

 

뜨거운 가스불

끓는 뚝배기 속에서

반쪽 몸둥이로 맴을 돌면서

마지막 몸부림 속에 내뿜는 정기 

노란 육수로

진한 멸치의 꿈을 우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