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 시.수필 등

할머니의 선물

유정 김용호 2012. 1. 25. 15:08

  할머니의 선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할머니를 '가기'라고 불렀다.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내 입에서 최초로 나온 단어가 가기였다.

할아버지가 아흔이 되어 돌아가셨을 때 두 분은 결혼한 지 50년이 넘으셨다. 가기는 심한 상실감에 시달렸다. 그 슬픔은 5년간 가까이 지속되었다. 그기간 동안 나는 매주마다 할머니를 방문하려고 노력했다.

  그날도 나는 할머니를 방문하면서 여전히 침울한 상태이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전에 없이 환한 표정으로 휠체어에 앉아 계셨다.

 '내가 왜 이렇게 행복해 하는지 넌 알고 싶지 않니?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아?'

 '그건 어젯밤에 내가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단언하셨다.

 '신이 왜 네 할아버지를 먼저 데려가시고 나를 혼자서 살아가도록 했는지 마침내 나는 이유를 알았다.'

 세상의 가장 중요한 비밀이라도 들려주는듯이 할머니는 목소리를 낮추고 휠체어 앞으로 몸을 숙여 은밀하게 고백했다.

'너의 할아버지는 인생의 비결이 '사랑'이라는 걸 아셨으며, 또 날마다 그걸 실천하셨다. 나도 무조건적인 사랑이 어떤 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는 않았지. 그래서 그이가 먼저 가고 나 혼자 뒤에 남게 된 거다.'

할머니는 말을 이었다.

'나는 그동안 내 자신이 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젯밤 난 깨달았다. 내가 홀로 남게 된 것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걸. 나 역시 사랑으로 채울 수 있도록 날 남게 하신 거야. 내 말 뜻 알겠니?'

할머니는 하늘을 손짓해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지난 밤에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저 곳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 여기에 있다고 말이다. 사랑은 여기 지상에 살아 있을 때 실천해야만 해. 일단 이 곳을 떠나고 나면 그때는 모든 것이 늦지.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선물을 받은 거야.'

 

 그날 이후로 할머니를 방문하는 것은 하나의 새로운 모험 여행이었다. 내가 찾아 갈 때마다 가기는 자신의 목표를 이뤄 나가는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주었다.

'오늘 아침 내가 어떻게 했는지 넌 상상도 못할 거다!'

'오늘 아침 네 삼촌이 내가 한 어떤 일을 두고 화를 냈단다. 난 조금도 겁먹지 않았어. 오히려 그 애의 분노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랑으로 감싸서 기쁨과 함께 돌려주었지.'

할머니의 눈이 더없이 반짝거렸다.

'그건 재미있는 일이었고, 내 앞에서 네 삼촌의 화도 눈 녹듯이 사라졌단다.'

 

할머니는 지난 12년동안 삶의 가치에 해당하는 목표를 갖고 계셨고 사랑의 교훈을 실천하고 있었다.

  가기가 세상을 떠나시기 마지막 며칠간 나는 종종 병원으로 찾아가 뵈었다. 어느날 할머니의 병실로 들어가자 담장 간호원이 있다가 내 눈을 보며 말하는 것이었다.

'댁의 할머니는 정말 특별한 분이세요. 이 분은 빛 그 자체예요.'

그렇다. 하나의 삶의 목표가 할머니의 삶을 불꽃으로 만들었으며,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위한 빛이 되셨다.

 

                                                                                                                                                       - D. 트리니타드 헌트 -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著)에서

               

세상은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사랑하게 되면...

시타르 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는 음악을 깊게 듣는 것이라고 말하는군요.
음악을 섬세하게 듣고 그 음악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음악을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했습니다.


- 곽재구의《우리가 사랑한 1초들》중에서 -


* 음악뿐만이 아닙니다.
풀, 꽃, 강, 바람...
깊고 섬세하게 들여다보면 세상에는 반짝이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깊이 귀기울이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줍니다.
나의 사랑이 그를 최고의 연주자로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