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수필
겨울비
유정 김용호
2012. 1. 27. 11:38
겨울비
마른 길바닥에
겨울비가 흑백 무늬를 그린다.
먼지 쌓인 우산을 꺼내든다.
겨울비는
마른 길바닥을 촉촉이 적시고
빛바랜 양철지붕을 타악기처럼 울리며
낡은 우산의 먼지를 씻어 내린다.
주위는 모두 해갈의 풍경
우산 속에는 움츠린 독백
지난 가을에 마른 눈물샘은
무얼로 채우고
겨우내
가슴에 쌓인 먼질랑은
누가 씻어줄꼬.
촉촉이
젖어드는 겨울비에
마음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