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수필

봄이 오는 오솔길

유정 김용호 2012. 3. 9. 17:17

 

봄이 오는 오솔길


봄이 오는 오솔길에

겨우내 얼었다 녹은 흙반죽이

길바닥에서 질퍽거린다.


웅덩이는 봄이 찰랑대고  

위세도 당당했던 얼음판은

물가에 주저앉아 푸석거린다.

 

개울 건너 드넓은 밭이랑마다

온 밭에 듬성거리는 보리싹들이  

연두빛 연가를 합주하고 있다.  


개울물 흐르는 소리에 갓 깨어난 갯강아지도

마른 갈대숲 사이에서

회색빛 윤기나는 꼬리를 살랑댄다. 

 

봄이 찰랑대는 웅덩이 너머

보리싹의 연두빛 연가에 눈과 귀가 즐겁고

갯강아지 꼬리치는 모습이 귀여운 데

 

봄길 걷는 나그네는

푸석거리는 얼음판처럼  

질퍽거리는 오솔길 따라 비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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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