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수필
어떤 의미
유정 김용호
2014. 4. 4. 11:53
어떤 의미
김 용 호
아기 손바닥만 한 젖잎이
배달되지도 못한 채 버려진 엽서처럼
언덕에 흩어져 있다
아직 백옥같은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였다
눈에 시리도록 창백한 웃음을 흩날리면서
겨우내 품은 한을
한꺼번에 토해 내듯
검은 가지가지마다
하얀 눈물을 쏟아내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봄은 지기 위해서 피는 계절이었다
아기 주먹만 한 새 젖잎이 가지를 부여잡고
이른 열기를 가려주는
그늘막이 되고
얼룩진 가지 끝마다
까만 눈물의 결정이 맺히고
파란 하늘이 내려앉았을 때
봄은 피우기 위해서 지는 계절이었다
2014.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