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수필

능소화

유정 김용호 2011. 7. 5. 21:29

 

        능소화 


힘찬 줄기 뻗어 오르기만 하더니

뜨거운 여름을

홍당그레 피워낸

너 능소화


구중궁궐에 갇힌 사랑의 전설

담장너머 굵은 밧줄 타고 올라

홍당홍당 

피어나고 또 피어나니

천년을 견뎌온 네 사랑

칠월의 태양보다 뜨겁고

한여름의 녹음보다 진함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구나


화사함이 양귀비에 지나고

우아함이 초선을 비웃을

너 능소화

여기 여염집 담벼락에서도

범접못할 농염한 자태로 피어나니

푸른 잎사귀는 너를 둘러 섰고 

회색 담장은 다만 배경이 되었다 


해 지나 잠시 잊었음을

탓하기라도 하는 듯

선홍빛으로 피어

다시 만난 너를 

두고 두고

보고 또 보려고

오늘에야 눈 속에 사진 박고

가슴에 아로 새겼으니


비록 그림 그릴 줄 모르고

노래 부를 재주 없건만

어찌 너를 그리지 않고

노래하지 않으랴 

--------------------------------------------- 2011.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