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수필

갈색 편지

유정 김용호 2017. 11. 9. 19:52

갈색 편지

 

                                               김용호

 

 

늦가을 벚나무 아래

부치지 못했던

한 장의 편지를 읽는다

 

수줍은 노란 글씨

붉은 마음 바탕에

진한 갈색 마음을 담은

 

그땐 햇병아리 같았지

차마 들어가지 못했던 벚나무길 빵집,

부끄러워서 그랬어요

빛바랜 녹색 모시적삼처럼

두고두고 아쉬웠던 그 시절

 

낡은 갈색 벽지 너머

금이 간 벽처럼

이삿짐상자 속에 돌아앉은 옛 편지,

 

세월이 지나면 다 그런거지 뭐

잃어버린 가을이

어디 이뿐이던가

물 마른 보에 쌓인 낙엽이

늦가을 바람 따라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