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이태수
바람은 풍경을 흔들어 댑니다
풍경 소리는 하늘 아래 퍼져 나갑니다
그 소리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나는
그 속마음의 그윽한 적막을 알 리 없습니다
바람은 끊임없이 나를 흔듭니다
흔들릴수록 자꾸만 어두워져 버립니다
어둡고 아플수록 풍경은
맑고 밝은 소리를 길어 나릅니다
비워도 비워 내도 채워지는 나는
아픔과 어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두워질수록 명징하게 울리는 풍경은
아마도 모든 걸 다 비워 내서 그런가 봅니다
-출처 : 시집『침묵의 푸른 이랑』(민음사, 2012)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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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자신을 반성하는 시가 더러 있지만
자신의 부족한 것이 바로 비워 내지 못해서 그렇다고 고백합니다
그런 화자의 마음이 퍽이나 편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채찍질하여 마음을 정련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 화자는 풍경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풍경은 바람에 흔들릴 때 그윽하고 맑은 소리를 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은 왜 밝아지기보다 어두워지는 것일까 의문에 싸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아직 깨닫지 못한 자신의 인간적 한계를 의식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모든 것을 다 비움으로써 풍경이 맑은 소리를 내듯,
자신도 그러한 비움의 노력 끝에 그윽하고 맑고 밝은 소리의 시를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입니다.
출처 :시하늘 원문보기▶ 글쓴이 : 가우/박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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