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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시.수필 등131

눈풀꽃 눈풀꽃                                                - 루이스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 루이스 글릭 눈풀꽃> (류시화 옮김) 2024. 12. 7.
글쓰기에 관하여 4. ◇ 안정효 – 책을 읽다가 글을 쓰게 된 사연   안정효의 글을 읽다보면 ’다독다작 다상량‘이 생각난다. 많은 작가들은 '삼다(三多)'의 습관을 들이는 것, 곧 '다작(多作)', '다독(多讀)', '다상량(多想量)'을 꼽는다. 글을 많이 써 보고, 책을 많이 읽어 보고, 많이 생각하라는 뜻이다. 사강대 영문과를 다니면서, 신문기자를 하면서 그는 누구보다도 다독에 매달렸다. 40년이 흐르는 동안 남독(濫讀)의 시대를 거쳤다. 해설보다는 직접 읽은 작품을 스스로 판단하고 나 자신을 위한 가치를 찾아내고자 함이었다. 얻는 바가 많았다. 얼마나 많은 문학작품들이 깊고 격렬한 감동을, 무한한 감동을 나에게 주었던가.(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가 서정적 대서사시였다면,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과 인간의 대지>에.. 2024. 11. 9.
글쓰기에 관하여 3. 글은 ’삶의 속에서 늘 곁에서 애인이 되어‘ 주는 존재다. 내 속에 들어있는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가까운 친구이다. 내 하소연을 들어주고 내 투정과 불만을 받아주며 나를 위로해주는 애인인 것이다. 윤선희의 말대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사물, 그리고 살아있는 생물들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다.  [나도 첫 개인시집의 서문에서 토로한 내용이지만]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관심있게 바라보게 되고, 그것들 속에 들어있는 새로운 생명을 발견하게 된다. 보이는 것 이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된다. 잘 보지 않던 나무를 유심히 보게 되고 ’나무의 숨결을 느끼기 시작한‘다. (각 사물이 글을 씀으로 인하여) 내가 관심을 갖게 되는 대상 하나하나와 개체로서의 긴밀한 만남이 시작된다. 대상과 .. 2024. 11. 9.
글쓰기에 관하여 2. 발코니에 놓아 둔 야생화초가 꽃을 피울 때나 기다렸던 꽃이 처음으로 꽃잎을 열었을 때 이를 바라보는 희열은 아마도 생명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황금물결, 댐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가슴에 출렁이는 것들이 고여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어느날 문득 일상에 묻혀 사는 나를 다시 보게 만드는 사물, 자연, 일을 만나 그것들이 그 일상과 적당한 거리를 만들게 하고, 그 거리에 서서 자신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것이 글인 것이다.   거창하게 문학이라는 말을 하기가 좀 부끄러운지도 모른다. ... 그러나 이젠 쓴다는 것에 좀더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여태 애써 들으려 하지 않았던 자작나무숲 우듬지의 사연도 들어보고, 저 아프트 화단의 라일락에게도 나를 보여주고 싶다. 이.. 2024.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