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나무
김 용 호
발바닥이 좁은 너를 안고
재활치료를 하러 가던 날은
입술이 버석거리고
앙상한 고양이 같은
길가의 마른 풀잎이 눈에 거슬리는 하루였다
얘 죽었어요
말라 비틀어진 손가락이 안 보이세요?
미운 털 박힌
돌팔이가 손가락 한 개를
꺾으면서 쏘아 붙였다
그래도 죽은 자식 같은
너를 다시 데리고 와서
매일같이 미음만 흘려 넣으며
그렇게 겨울은 질긴 고무줄 같았다
얼어붙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개울물 소리 들리고
처마 없는 아파트 갈라진 틈 사이에서
종다리 울음 들리던 어느 날
무료한 일상을
꾸짖기라도 하듯
긴 잠에서 깨어나
연두빛 눈망울을 네가 터뜨렸을 때
회색빛 난간에 환상곡이 울려 퍼지고
무지개빛 화살이 창 밖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겨우내 달고 살았던
입술 연고를 구석에 치워버렸다
2014. 7.
'자작 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곶이 - 2016년초 겨울 거제도 (0) | 2016.02.06 |
---|---|
커피 (0) | 2014.09.26 |
눈물 나도록 산다는 것은 (0) | 2014.09.26 |
숲속 풍경 (0) | 2014.09.26 |
어떤 의미 (0) | 2014.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