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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수필

땅콩 사랑

by 유정 김용호 2016. 10. 4.


땅콩 사랑

 

                                                                  김용호

 

하늘을 향해

푸른 줄기 뻗어

노란 꽃망울 터치더니

마디마다 하얀 촉수를 내린다                        

 

아직은 아니야

캄캄한 장막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땅속은 너무 무서워

개미굴 속처럼 헤맬지 몰라

 

벌판은 더욱 두려워

겁 없이 길을 나선 지렁이처럼

방향감각을 잃고 말라 죽는 것은 아닐까

생장점은 잠시 초점을 잃고 방황한다

길은 하나밖에 없어

낮아지고 또 낮아져야지

원래 사는 게 이런 거 아니겠어

 

더는 햇살을 견딜 수 없어

불안한 장막을 비집고

어둠 속으로 촉수를 뻗는다

 

여린 촉 끝에서

한 여름밤의 이슬

뜨거운 대지를 가로지르는 바람

귀뚜라미 노랫소리를 따라

한 생명이 시작되고 여름이 익어간다

 

하나는 외로워서 안 돼

쌍태를 밴 누에고치를 생각해 봐

굼벵이가 유혹하듯 속삭인다

점점 불러오는 배를 맞대고

두 쪽 사랑이 영근다 

 

 

                                                      2016.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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