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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수필

화장실 거미

by 유정 김용호 2012. 5. 8.

 

 

화장실 거미

                                        김용호(金容鎬)

 


날품 파는 사내의 좌변기 뒷구석은

긴 밤의 정적이 쓸고 간

희미한 가로등 밑 포장마차

 

그 곳에서

거미줄 치고 날파리를 기다리는

거미의 하루가 시작되고

날일로 입에 풀칠을 하는

사내가 눈을 부빈다

 

뒷골목 불법단속하듯

샤워기 틀고

소나기 빗자루를 휘두르다

갑자기 거미 눈총 맞은 사내

 

거미줄에 다칠라

살며시 샤워기 꼬리 내리고

쭈그린 바닥에서

고양이 세수하듯 얼굴에 물만 찍고

화장실을 도망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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