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김용호
그늘진 담장 밑에서
인고의 세월을 감아 올린
굵고 투박한 줄기는
풍상의 연륜을 담아내었다
한여름 뙤약볕보다도
더 뜨겁게 달구어진 정열이
연푸른 방울마다 너울을 벗으면
주홍빛 댕기머리
어깨 너머 드리우고
천년 구중궁궐에 갇혀서
여염집 아낙으로 살고팠던
간절한 사랑의 전설이
머언 날 꿈을 이룬 듯
천상의 홍사초롱이
이웃집 담벼락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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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