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의 종말
김용호
쥐새끼만 하다면
눈알을 부라려 보기라도 하겠다
콩알만 하다면 깍지를 벗겨서라도
흰콩인지 검정콩인지 알아보겠다
획 하나가 안 보여서 모르는 거라면
‘내’ 잘못인지 ‘네’ 잘못인지 돋보기를 들이대서라도 밝혀 보겠다
구멍 숭숭 뚫린 마스크를 못 사서
여자 팬티를 뒤집어쓴 후진국의 군상들은
티브이에서나 보이는 장면일 뿐
페이스를 반은 가려서
뻐드렁니를 드러내지 않고도 웃을 수 있어서
자랑스러운 젊은 남자들
립스틱을 바르지 않게 되어서 기쁜
입술이 못 새긴 여자들
얼굴이 반쪽인 손님들이 반으로 줄어도
최저임금은 연년이 올라서 더 기분 좋은
식당 아줌마부대들
하얀 가운들이 숨 막힐 때
노란 안전복이 더 시원하다며
매주 월요일 아침 11시
푸른색 넥타이를 풀고 마이크를 드는 사람들
이도 저도 아닌 민초들은
여름 내내
궂은 비만 내리 맞았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