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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수필

패러디의 종말

by 유정 김용호 2020. 11. 2.

패러디의 종말

 

                                                              김용호

 

쥐새끼만 하다면

눈알을 부라려 보기라도 하겠다

 

콩알만 하다면 깍지를 벗겨서라도

흰콩인지 검정콩인지 알아보겠다

 

획 하나가 안 보여서 모르는 거라면

잘못인지 잘못인지 돋보기를 들이대서라도 밝혀 보겠다

 

구멍 숭숭 뚫린 마스크를 못 사서

여자 팬티를 뒤집어쓴 후진국의 군상들은

티브이에서나 보이는 장면일 뿐

 

페이스를 반은 가려서

뻐드렁니를 드러내지 않고도 웃을 수 있어서

자랑스러운 젊은 남자들

 

립스틱을 바르지 않게 되어서 기쁜

입술이 못 새긴 여자들

 

얼굴이 반쪽인 손님들이 반으로 줄어도

최저임금은 연년이 올라서 더 기분 좋은

식당 아줌마부대들

 

하얀 가운들이 숨 막힐 때

노란 안전복이 더 시원하다며

매주 월요일 아침 11

푸른색 넥타이를 풀고 마이크를 드는 사람들

 

이도 저도 아닌 민초들은

여름 내내

궂은 비만 내리 맞았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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