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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수필

동면(冬眠) - 북극의 털벌레

by 유정 김용호 2022. 1. 12.

동면(冬眠)

- 북극의 털벌레

                                                           김용호

 

 

 

어떻게 이 겨울을 잠들지 않고 견딜 수 있으랴

나는 북극의 털벌레가 되고 싶다

 

온 몸을 달팽이처럼 말고 털벌레는

안으로 안으로 와형을 그리고 겨울을 잔다

그래, 겨울에는 동전의 뒷면처럼 동면이 최고지

동면은 동전의 뒷면의 줄임말인 줄 누군 모르나

 

찬 서리 내리고 모진 삭풍이 뺨을 스치는 겨울

능선은 길게 얼어 누웠고

들판은 드넓은 무덤이 되었는데

겨울만 되면 죽은 듯 서 있는 키다리는 되고 싶지 않다

 

얼음새 노란 부리가 겨울을 쪼아대기 시작하고  

검은 개울물 소리 갯강아지를 간지럽힐 때까지,

내 생애 다시 봄 눈 뜰 때까지

 

섬진강 곡성 기차마을

얼어붙었던 기차 울음소리 다시 달리고

죽은 벛꽃길, 꽃몽오리 시린 기지개를 켤 무렵까지

 

나는 북극의 털벌레를 닮고 싶다

 

 

 

 

 

 

2022.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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