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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수필

상사초

by 유정 김용호 2011. 11. 29.

 

 

                             상사초

 

눈덮힌 산야를 휘감아돌던

겨울바람도 그쳤고

봄비에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할 때부터

기다림은 시작되었노라 

 

봄꽃은 지고

태양이 이글거리던 여름날 오후

소나기 빗발치고 천둥번개가 울 때도

기다림은 한여름 낮잠처럼 깨어나질 못했었노라

 

무화과나무에 푸른열매 익고 사과향기에 가을이 익어가던 늦은 날

기다림에 농익어 새빨갛게 피어난 상사화 꽃대궁

낙엽을 바닥에 두르고 홀로 그리움을 피워올린다

 

다시 외로움에 꽃도 지고 낙엽마저 바람따라 사라진 가을 저문 때

상사초는 너무 푸르러서 외롭구나

내년 이맘때 또 한번 그리움을 피워낼 시간을 위하여

오늘도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푸른 눈물 홀로 짙어라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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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새벽 산행길에 상사초가 너무 외롭습니다.

꽃무릇(석산)이라고도 하고, 꽃은 잎새를, 잎새는 꽃을 서로 그리워 한다는 - "이룰 수 없는 사랑" 이 꽃말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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