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김용호(金容鎬)
드넓은 바다
격랑에 부서지는 거친 파도를 바라보며
먼 해안 검은 바위 위에
회백색 등걸이 단단히 뿌리를 내린다.
짜디짠 물보라가
높새바람을 타고 날아와
네 두꺼운 잎을 차갑게 적실 때
늘푸른 빛깔의 윤기가 넘쳤다.
긴 엄동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기다림에 가슴 몽우리 지고
설렘에 젖꼭지 붉어지더니
선홍빛 절개는 요절할 듯 홀로 피어났다.
해무 짙은 바닷가
길도 보이지 않는 푸른 숲 속으로
소식없는 임, 마파람만 불어오고
선혈을 토하듯 송이째 낙화하는 애저러움이여.
흐트러짐 없는 꽃송아리는
푸른 숲길 바닥에 붉게 수를 놓고
무심한 상춘객
남쪽 바닷가 푸르디 붉은 숲속에서
꽃멀미하다.
지심도 동백섬의 추억을 생각하며 2012. 3. 13.
*높새바람 : 차가운 북동풍
*마파람 :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애저럽다 : 애처롭고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