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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시·수필

그대가 오르던 계단에 서서

by 유정 김용호 2012. 12. 17.

 

그대가 오르던 계단에 서서

                                               

쉰다섯 계단을 오르는 동안

난간에 기대어 선 자귀나무꽃이 울었고

못다 핀 꽃송이들은 웃고 있었습니다

 

누군들 가던 길 멈추고

자귀나무꽃의 눈물을 닦아주며

꽃망울 향기에 묻히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발자국 난 고개 너머

하늘정원은 높푸르고

그대, 너무 숨이 찼나 보군요

 

계단은 외롭고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베잠방이 걸치고 반듯이 누워

남은 자들의

눈과 귀를 울리시는 그대는

 

창밖의 잔설이 겨울을 붙들고 있듯

주인없는 굵은테 안경이

서재 구석을 지키고,

남은 자들은

끝나지 않은 노래를 부르기 위하여

서둘러 길을 내려갑니다

 

                                                                  201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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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유재룡 목사님 영전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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