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아침 거리
김용호(金容鎬)
강철 날개가 무거운 쇠가마우지
발 굴렁쇠를 부리나케 굴리는 아침
다리 없는 네거리 우상이
붉은 눈망울을 부라리자
바쁜 걸음을 멈췄다
가드레일 틈새
쓰레기 뭉치에 머리를 박고
모이를 쪼는 촉새
회색 콘크리트 바닥이 오랜 보금자리다
아침 햇살이 바쁜 짬을 비집고
두꺼운 유리막에 갇힌 도시인의
흐릿한 수정체를 통과해서
대뇌피질과 변연계를 건드린다
엽궐련 한 개비 연기로
비로소
새가슴을 쓸어내리는 도시인
유리벽 너머
촉새가 물끄러미 눈길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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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19.
오감 정보와 해마에서 상기된 기억이 결합하여 대뇌 안쪽의
변연계에서 감성이 발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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