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의 계절
김 용 호
한자를 모르는 세대를 위해
공약은 한글로만 만듭니다
이날 전에는 공변될 공(公)자 공약이
끝나면 빌 공(空)자 공약이 되는데
이마저 기억하는 이가 없어서 다행이지요
이놈의 계절에는
무상 반값세일 축제가 벌어집니다
무상보험,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물론이고
서민 경제가 어려운데
등록금도 반값, 아파트도 반값입니다
(세금만 올리면 되니까요)
원하는 게 뭡니까
다 해 줄게요
청년 일자리는 문제없습니다
가계부채는 제가 다 갚아드리고요
어르신들 제 부모님처럼 모시겠습니다
(어차피 안 될 일인데 립서비스나 해 드릴게요)
눈 딱 감고
숫자만 보고
사람 인(人)자
빨간 동그라미 안에 숨어보세요
제 이름은 몰라도 좋습니다
(선생님께서 문맹인 건 잘 아니까요)
공약은 더더욱 몰라도 좋습니다
(차라리 속이 편하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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